한국에서, 정신분석 수련이란

ICP|The Institute for Clinical Psychoanalysis

     지금까지 한국에서 정신분석 수련을 받는 것은 여러모로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정신분석 훈련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일례로, 의사선생님들 중에서도 국제적인 수준에서 정신분석가의 자격을 취득하신 분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오랜 노력 끝에 최근, 의사 중 한국에도 IPA의 이름으로 분석수련을 줄 수 있는 교육분석가가 배출되고, IPA의 한국지부가 수련생을 배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어 정신분석가를 배출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정신분석 발전을 위한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만큼, 정신분석 수련은 길고 지난한 과정을 요구하기에, 현대사회의 상식으로 볼 때, 여러모로 정말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IPA의 정신분석 수련은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사이거나 심리학 전공자들에게만 그 문호가 개방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신분석 수련을 받거나 정신분석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을 하고자 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에서 정신분석을 수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요.

 

     이런 이유에서, 위에서 언급한 IPA와 관련된 흐름을 제외하면, 최근까지 한국에 존재했던 정신분석 훈련과정들은 임상적인 도구로서의 정신분석에 대한 적절하고 충분한 훈련을 제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장벽이 워낙 높기 때문에, 일반적인 임상가들에게 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 적절한 정신분석가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현실적 한계가 있었던 탓이지요. 여러 분야의 연구소들과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수련하고 애써온 과정들이 있어왔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임상적인 정신분석을 위한 충분한 훈련이 제공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도 한국에 임상적인 정신분석이 정착되고 저변이 확대되는데 나름의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도 적절한 역할을 해 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세계적인 조망에서 볼 때, 정신분석을 임상적 도구로 사용하는 흐름은, 프로이트가 창립했던 IPA 뿐 아니라, 영국, 미국, 남미등을 기반으로 한 각 지역, 각 학파들의 협회들로 다양화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들 중에는 IPA에 소속된 모임들도 있고, IPA에 소속되지 않고 자체적인 길을 개척해 온 단위들도 있습니다. 또한, 지역에 따라서는,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뿐 아니라 교육학, 상담학, 신학, 인문사회 및 여타 영역의 배경을 가진 정신분석가들이 배출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국가나 지방정부의 법체제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독립적인 협회중심의 체계를 가지고 운영되는 경우도 있지요. ICP가(전 PIP정신분석연구소)가 교류해 오고 있는 NAAP도 IPA에 소속되지 않고 나름의 길을 개척해온 정신분석가들과 연구소들의 모임 중 하나입니다. NAAP에 소속되어 있는 많은 수의 정신분석가들과 연구소가 뉴욕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향하에, 현재 뉴욕주는 주법으로 정신분석가 면허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NAAP의 멤버쉽과 연계하고 있습니다.

 

     최근, 선구적인 노력으로 정신분석 수련의 길을 개척했던 몇몇 분들에 의하여, 이제 한국인 중에서도 의사나 심리학자가 아닌 이른바 Lay Analyst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PIP의 창설자인 김성호 박사는 그 선구자들 중 하나이며, 또한 그 첫 문을 연 분이기도 합니다. 뉴욕과 NAAP의 흐름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의미에서 정신분석을 임상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하고 충분한 수련을 통해 정신분석가가 된 김성호 박사와 여타 선구자들을 통해 한국에 PIP정신분석연구소가 창설됨으로써, 한국에도 진정한 의미에서 자체적인 정신분석 수련을 제공할 수 있는 수련장이 최초로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PIP창설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지금은, 뉴욕을 중심으로 한 NAAP의 정신분석 수련체계를 통해 더 여러 명의 한국인 정신분석가들이 배출되었고, 이들을 통해 한국에서 정신분석 수련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수준과 색깔의 수련장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ICP(전 PIP)연구소를 비롯해 이런 흐름에서 생겨나고 있는 여러 연구소들이 아직 많은 한계들을 가지고 있으나, 시간이 무르익을수록, 한국적인 의미에서의 임상적 정신분석 영역에 계속 기여해 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창설과 성장의 기쁨과 아픔을 겪어내며, 그 성과와 한계를 간직한 채, ICP연구소도 이제 곧 10살이 됩니다. 이 제 매년 자체적인 정신분석 수련을 받고 정신분석가가 되는 졸업생들을 배출해 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숨을 고르고, 다음 10년을 내다봅니다. 한국임상정신분석연구소ICP(전 PIP정신분석연구소)의 향후 10년을 통해, 한국에서 정신분석 수련을 한다는 것의 의미가 지금과는 더 다른 모양과 색깔을 가지게 되기를 꿈꾸며, 많은 분들이 한국임상정신분석연구소ICP를 통해 이 꿈에 동참하게 되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