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배경과 목표

ICP|The Institute for Clinical Psychoanalysis

     한국임상정신분석연구소 ICP(전 PIP정신분석연구소)는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정신분석가’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정신분석가를 양성한다는 목표는 다음의 두 가지를 포기하지 않고 성취해 낼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정신분석이 서구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하여 왔다는 사실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정신분석은 그 수련과 임상실천에 있어서 언어적, 물리적, 문화적으로 매우 서구중심적이라는 한계를 가지게 됩니다. ICP는 이 점을 깊이 고려하고, 동시대 한국의 지평에 부합하는 해석학적 경험들을 내포하고 있는 수련을 구현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인의 마음과 영혼을 돌보아 갈 수 있는 ‘한국의 정신분석가’를 양성해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러한 한국적 지평에 정신분석을 임상적으로 적용해 가는 것이 그 본질을 왜곡할 수 있는 섣부른 타협이 될 위험에 주의하는 것입니다. 정신분석은 이미 인문학, 심리학, 상담학, 교육학, 정신의학 등 여러분야의 학문과 관계를 맺으며 한국에 들어와 있습니다. 또한, 각 분야에서 나름의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하나의 담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사람들이 가진 심리적 아픔들을 돌보고 돕는 도구로서의 정신분석에 대해 생각해 볼 때, 한국의 현실은 다음의 두 가지 중요한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한국에서 정신분석이 이론적이고 지적인 이해에 경도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정신분석이 애초에 학문으로서 뿐 아니라 임상실천의 도구로서 탄생하고 발전해온 것이라고 할 때, 그 분석적 통찰과 이론은 분석 경험과 분석 임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신분석은 그 본질상 실천적 지식체계이며, 자기 경험에 대한, 임상현장의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성격을 가집니다. 이에, ICP는 어디까지나 정신분석의 뿌리이자 토대가 되는 임상실천의 맥락 위에서 정신분석을 한국에 적용해 가는 노력을 해 가고자 합니다.

 

     두 번째, 한국에서 정신분석은 학문적 영역 뿐 아니라 임상적인 실천의 도구로서도 이미 자리하고 있고, 심리적인 도움을 주는 도구로서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신분석을 임상에 적용해 갈 때, 그것은 이론을 자신의 인격과 임상에 진정한 의미에서 통합해가는 필수적이고 지난한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프로이트는 이 과정을 ‘훈습(working through)’라는 말로 표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한국에서 이러한 과정을 충분히, 그리고 책임있게 소화해 내는 훈련과정이 제공되지 못해왔던 탓에, 아주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신분석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 안에서 충분히, 정확히 소화되는 과정이 없이 자의적으로 왜곡되어 임상현장에서 정신분석 혹은 정신역동이라는 이름하에 전혀 정신분석적이지 않은 임상실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현상이 정신분석이 무엇인가에 대한 오해를 만들어내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ICP는 이러한 한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한국적 적용이 정신분석의 본질을 왜곡하는 타협이 되지 않도록, 완벽한 것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진정한 의미에서 국제적 규준에 걸맞는 질과 양을 갖춘 수련을 제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